시작
"다시 글을 쓸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글을 쓴다는 것에 얼마나 많은 의문을 품었던가.
솔직히 말해서 나는 무능력하고 무지한 사람이다.
강제로 학교에 다니지 못했다면 -자신의 노력은 전혀 없고
강요도 거의 의식하지 못한 채- 개집 안에 웅크리고 앉아
누가 먹을 것을 주면 껑충 뛰어 나오고 다 먹은 후엔
다시 뛰어 들어가기만 했을 것이다."
카프카의 일기, 1913년 11월 18일 중에
글을 쓰는 일은 고통스럽다. 아무도 원치 않을 자기 의심을 굳이 스스로 부추기는 일이며 눈치껏 모른 체할 수도 있었을 자신의 무지함과 무능력함을 굳이 스스로 확인하는 일이기도 하다. 카프카조차 그랬으니 하물며.
처음 내 글을 써 모으자는 생각을 한 이후, 고통을 못 이겨 글쓰기를 멈추고 그 고통스런 수고로움이 그리울 때 다시 글을 썼다. 그러는 동안에 이상한 고집과 젊은 날의 허영심으로 내 글쓰기는 연필과 종이가 있어야만 시작되었고 연필을 내려놓으며 멈췄다. 그 중엔 낯뜨겁게도 분에 겨워 내 손으로 찢어버린 노트가 한 권, 내 감정을 강요하며 애인에게 바친 노트가 한 권. 그리고 남은 노트들. 연필을 내려놓고 쳐박아두었다가 어느 바람에 다시 애타게 찾노라면 고맙게도 어딘가엔 항상 있던.
마지막 노트를 덮고 꽤 오래 글쓰기를 멈췄다가 다시 글을 쓰려는데, 또 어떤 바람이 분 걸까. 지극히 실용적인 이유에서일 수도 있겠고 갑자기 내 글을 세상에 내보일 근거없는 용기가 들어서일 수도 있겠다. 으레 하던 어떤 노트를 살까, 하는 고민이 아닌 어떤 블로그에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 좋을까, 하는 생각이. 마치 오래 전부터 그러고 싶었던 것처럼.
그래서 시작하게 된 것이다.
다시 글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