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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미세현미경 디스크 제거술 받다 - 수술 & 수술 후 1주일 (feat. 수술비)

너굴아앙 2022. 2. 2. 11:59

수술 당일.

전날 자정과 당일 아침에 수술 전 먹는 탄수화물 음료를 마시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도 수술 전 자정부터는 무조건 금식이라고만 알고 있었는데, 약간의 탄수화물 음료를 마시는 게 오히려 전신마취 부작용 등 리스크를 줄여준다고 한다. 병원마다 다른 것 같지만 처음 안 사실.

맛은 오묘하다. 단백질 음료와는 또 다른 맛.



코로나로 인해 병원에 들어가서 나오는 순간까지 혼자였다. 사실 코로나의 더 큰 방해는 집 바로 앞에 있는 스탠포드 병원이 오미크론 입원 환자 폭증으로 모든 수술 환자를 안받는 상태였던 것. 그래서 진료는 집 앞 병원에서 받았지만 수술은 차로 1시간 가량 떨어진 곳에서 받게 되었다. 당일 퇴원 예정이라 거리가 좀 부담되긴 했지만, 어쩌랴. 이 시국에 빨리빨리 수술받게 된 것만도 감사.



코로나 스크리닝하고, 접수를 하고 얼마 기다리지도 않아 수술 대기실로 입장. 가운으로 갈아입고 베드에 누우니 본격적인 준비가 시작됐다. 처음에는 수술 2시간 전부터 오라길래 지루한 행정 처리만 하겠거니 했는데, 베드에 눕기까지 기다린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고 누운 채로 정신없이 시간이 갔다.

한 간호사는 IV를 삽입하며 복용약 히스토리부터 수술 전 이상 없는지 다양한 질문을 해오고, 또 다른 간호사는 내 신상 정보부터 수술 정보 등등을 재재확인. 그 사이에 마취과 의사가 와서 마취에 관해 또 주르륵 설명 및 질문. 그 다음엔 수술 집도의가 와서 또 대화. 그러더니 얼레벌레 준비 끝이라며 수술실 입장하실게요~

그리고 심호흡 몇번하니 잠들어 일어났을 때는 다시 회복실이었다. 1시간 조금 넘게 걸린 수술. 회복실에서 마취 기운에 헤롱거리며 정신을 수습하고, 의사가 수술 잘 됐다는 얘기 전해주고 가니 5시 반쯤. 12시 반쯤 병원에 도착했으니 반나절도 안 지난 것이다.

그리곤 친절한 간호사가 다가와 일어나볼까? 하며 나를 일으킨다. 수술 부위가 욱씬거리고 오른 다리가 많이 저렸지만 몇 걸음 걷는 건 가능했다. 그걸 본 간호사는 응, 됐네. 보호자 불러서 집에 가면 돼~ (...) 이미 알고 있었지만서도 당황쓰.

퇴원 전에 허리 보호대나 목발 등이 수술 직후에 필요하지는 않냐고 물어봤더니, 그럴 필요는 없다고 했다. 물론 BLT(bending, lifting, twisting, 수술전후로 병원에서 지겹도록 들은 규칙) 금지와 수술부위 감염 주의 등 수술후 관리 매뉴얼을 열심히 복기시켜주긴 했지만, 좀 불안한 것도 사실이었다. 너무 자유방임아닌가 싶어서. 그러나 결국 그 매뉴얼만 잘 지켜도 회복에 부족함은 없다는 개인적 생각.

우리나라 병원 중에 디스크수술(현미경절제술)을 외래로 하는 경우가 얼마나 있는지 모르겠다. 내가 찾아본 바로는 대부분 3-7일 입원을 한다는데, 비교를 하지 않을 수가 없게 된다.

어쨌든 그렇게 나는 친구가 운전하는 차로 1시간 거리를 다시 되짚어 귀가했다.

수술비 얘기를 잠깐 하자면, 익히 알려져 있듯 미국은 보험 적용 전 의료비가 장난인가 싶을 정도로 황당하기 때문에 그 숫자를 말하는게 의미가 있을까 싶지만, 대략 7만 달러, 그러니까 8천만원쯤...? 그것이 보험 커버를 받고 실제 내가 내야할 돈은 약 천 달러, 120만원쯤으로 줄어드는 매직이 벌어진다. 보험이 없는 사람에게 다른 구제책이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길도 있기야 하겠다만, 보험없이 살기 참 무서운 나라.


수술 후의 경과는 현재까지 좋다고 생각한다. 간략하게 기록해보자면.

수술 당일밤:
마취 부작용(어지러움, 속 울렁거림, 나른함)
수술 부위를 포함한 등 통증: 8
오른 다리의 저림: 9
옥시코돈(마약성 진통제), 멜록시캄, 가바펜틴 복용

수술 +2일:
마취 부작용은 대부분 사라짐.
수술 부위 통증: 7
오른 다리 저림: 8
옥시코돈(마약성 진통제), 멜록시캄, 가바펜틴 복용
수술 부위 닿지 않게 조심하며 샤워 시작

수술 +3일:
수술 부위 통증: 5-6
오른 다리 저림: 6
오른발 통증: 4
가볍게 걷기 시작
수술 부위 밴드 제거 및 새 밴드 부착

수술 +5일:
수술 부위 통증: 2-3
오른 다리 저림: 4-5
오른발 통증: 4
진통제 모두 끊음
수술 부위 밴드 완전 제거
그동안 근력 테스트는 해볼 생각도 못하고 있었는데 해보니 발목/발가락 근력 거의 90% 회복


이제 7일이 지났는데 다리저림과 오른발 통증이 아직 제법 있긴 하지만 수술 부위는 다른 곳의 상처가 아물 때처럼 간지러움과 경미한 통증 정도만 남아있다. 무엇보다 근력이 거의 돌아왔다는 게 감격스러운. 걷기는 3-4천보씩 걷는 정도.

수술 후에 통증이나 저림 등 증상이 남아있으면 누구나 무섭고 걱정된다. 그러나 (수술이 정말 필요한 정도로 심각한 상태라면) 수술하자마자 싹 사라지는 경우보다 증상이 남아있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한다. 새로운 곳에 증상이 나타났거나 심각한 부작용이 발견된 게 아니라면 마음을 편히 갖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마음의 안정과 스트레스 없는 상태가 회복에 가장 중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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