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야하나 말아야하나, CAT tool-SDL Trados
나야 아직도 돈과 기술보단 시간과 체력이 더 많은 풋내기 번역가지만 많은 전문 번역가들은 번역 효율성을 위해 Computer-Assisted Translation(CAT) 툴을 사용한다. Machine-aid human translation(MAHT), Interactive translation 등으로 부르기도 하는데 Machine Translation과는 개념이 약간 다르다. CAT은 번역가가 번역 시 컴퓨터의 도움을 받는 거고 MT는 말그대로 기계가 번역을 하는 것.
그런데 사실 요새는 MT 소프트웨어에 인간이 개입해 번역 완성도를 높이고 CAT 툴에도 기계가 반복되는 패턴 번역은 자동으로 처리해주니 명확히 구분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각설하고,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사용되는 CAT 툴 중 하나가 트라도스(SDL Trados Studio)다. 학부생 시절 맛만 살짝 본 후 무료체험까지 해봤는데, 사용하기 전과 사용한 후의 번역 경험(속도, 정확성, 완성도) 차이가 그야말로 내가 중학생 때 교과서 영어를 한국어로 옮길 때와 지금 번역을 할 때의 차이 그 이상이랄까.
문법 교정과 오탈자 검열, 적합한 어휘의 검색은 기본이고, 무엇보다 Traslation Memory(TM)라 하여 내가 번역한 데이터를 저장해 똑같은 패턴이 나중에 나오면 자동으로 번역해주는 시스템과 내가 번역한 어휘 쌍 모음집을 구축해주기 때문에 사용을 할수록 효율성은 커질 수 밖에 없다. 몇 달 사용해보고도 느꼈는데 몇 년을 쓰면 오죽할까.
그런데 왜 당장에 사지 않느냐.
상당히 비싸다. 가장 저렴한 기본 모델이 825 달러. 한화로 거의 천만 원에 달한다. 정말 전문 번역가가 될 마음이 없고서야 구매할 마음이 들지 않을 고가의 사치품인 것이다.
그래서 학부생 때도 졸업 후에도 입맛만 다시고 있었는데 이제 어느 정도 전문 번역가로서의 길을 잡은 마당에 길게 내다보고 투자를 할 가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오랜만에 사이트를 다시 찾았다.
그랬더니 웬걸,
국제 번역의
날
달이 있는 지도 처음 알았다.
굳이 날을 지우고 달로 바꿔 다분히 상업적인 느낌만 들고 정말 그런 날이 있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어쨌든 반가운 할인 행사.
지르고 싶은 욕구가 활활 타오른다.
그러다가도 정말 내게 필요할까, 내가 잘 활용할 수 있을까,
대학원에 진학하고 CAT 툴 등을 제대로 배운 후 사는 게 낫지 않을까,
그리고 보아하니 내년 번역의
날
달에도 할인 행사를 할 것 같은데 그 때까지 기다릴까, 하는 마음에 망설여진다.
아아아아
*
그런데 곧 나올 999+ 달러짜리 아이폰 X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사려하는 아이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