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어떤 영화를 보고 나면 그 영화의 계절감이 강렬히 기억에 남을 때가 있다. 책을 봐도 그렇고 음악을 들어도 그렇다. 그런 힘이 좋은 영화, 좋은 책, 좋은 음악의 필수 조건이라 할 순 없지만, 충분 조건이기엔 분명하다. 삼천포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어떤 계절의 향수를 불러오는 영화보다 그런 힘을 가진 글과 음악이 훨씬 더 많이 떠오르는 건 어째서일까. 계절을 가장 직접적인 방식인 시각으로 투사할 수 있는 영화가 가장 유리한 매체일 것 같은데도. 단순한 추측을 하자면 노출 빈도가 큰 역할을 하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봄을 이야기한 혹은 배경으로 한 그 어떤 책과 영화가 만들어진들 "벚꽃엔딩"의 그 엄청난 환기력을 능가할 수 있기란 쉽지 않을 것처럼 말이다. 시작은 계절감을 주는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