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눈을 넓혀라"
어느 20년 전 자기계발서에서는 챕터 제목으로 쓰일 정도로 야심 찬 선언이었겠지만, 이제 그런 순간은 매일 찾아온다. 아니, 마음만 먹는다면 의지만 있다면 하룻밤 사이에도 평생 알고 살았던 세계보다 더 넓은 세계를 발견하는 것이 가능해진 시대이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슬픈 의미로든.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시리즈 '타이거 킹'을 봤다. 세상은 넓고 그 세상에 살고 있다는 인간의 숫자 70억은 내 상상보다 훨씬 많은 수이며 그 수많은 사람 중 어떤 사람이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는 일들도 내 상상력 밖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느낀다. 도저히 다큐멘터리라고 믿어지지 않는 동시에 지독히도 미국스러운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는 기가 막혀 하다가, 그것을 오락으로 소비하며 쾌락을 느끼다가, 분노하다가, 동물들과 눈이 마주쳐 애통해하다가, 등장 인물들을 심판하다가, 그러기를 반복하며 머리가 아팠다.

이 다큐멘터리 시리즈가 보여주고자 하는 바는 그 부제만큼 명확하다. "MURDER, MAYHEM AND MADNESS"(한국어 부제는 '무법지대') 살인(의혹 또는 미수)과 광기로 얼룩진 대환장 쇼. 자극적인 이야기이다. 내가 동물권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가져왔다고 다큐멘터리 시리즈 하나에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강요할 순 없으나, 이 이야기가 예컨대 '블랙피쉬'와 같은 지점을 지향하고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려웠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호랑이가 아니다. 자신의 'G W 동물원'에서 사자, 호랑이 등 Big Cats를 기르며 돈을 버는 일명 조 이그조틱과 역시 사설 동물원의 운영자 겸 사이비 교주(?) 닥터 앤틀, 그리고 동물보호단체 ‘빅 캣 레스큐’의 대표로서 처음에는 막장 속 쉬어가는 착한 캐릭터인 줄로만 알았던 캐럴 배스킨. 특히 조 이그조틱과 개컬 배스킨의 머리채 싸움이 핵심이다. 당연히 모든 이야기가 그렇듯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를 것이다. 다만, 언뜻언뜻 서려 있는 소유욕에 대한 자극이 엉뚱한 음지의 붐을 일으키지만 않았으면 하는, 남의 나라 일에 대한 오지랖을 부려본다.

회가 넘어갈수록 격해지는 진흙탕 싸움을 나도 속된 마음으로 '재미있게' 봤다고 고백할 수 있지만, 사실 이 시리즈를 통해 이전에는 있는 줄도 몰랐던, 알지 못했던 세상을 알게 되는 데에는 모든 에피소드가 필요하지 않았다. 1화에 등장하는 한 마디. 그 한 마디가 여전히 맴돈다.
"Captive tigers in the U.S. outnumber those in the wild."
몇 년 전 자료가 많고 정확한 수치는 집계하기 어렵지만, '전 세계'에 남은 야생 호랑이는 약 4,000마리, '미국'에서 사육 또는 애완용으로 길러지는 호랑이가 약 10,000마리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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