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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영화·TV

지옥, 지옥은 신의 부재, 그리고 욥기

너굴아앙 2022. 1. 31. 09:04

 

스포일러 있음.

 

 

넷플릭스에서 공개된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오징어 게임>에 이어 전 세계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한다. 공개된 다음날 밤, 6개의 에피소드를 앉은 자리에서, 아니 누운 자리에서 모두 끝냈다. 눈을 뗄 수 없는 정도였냐고 한다면 그렇지는 않다. 눈을 떼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니 이 시리즈에 SF/판타지적 볼거리와 비주얼을 기대한다면 실망할 수 있다. 또는 2% 부족한 이야기의 매끄러움이나 클리셰로 일부 장면에서는 스킵 버튼을 누르고 싶은 충동이 들 수도 있다. 그럼에도 연상호 감독의 웹툰 원작 드라마 <지옥>은 생각을 멈추지 않게 하는 힘이 있다.

 

 

출처: 넷플릭스

 

천사(대탈출 악령감옥 편의 대두 귀신...?)가 나타나 이름을 부르며 몇날 몇시에 죽는다는 고지를 한다. 그 날 그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건장한 지옥의 사자들이 찾아와 고지를 받은 사람을 우선 후들겨 패며 고통을 준 후 눈부신 빛을 쏘며 태워 죽인다. 이를 시연이라 한다. 문제는 왜 이런 일이 벌어지냐는 것이다. 새진리회와 의장 정진수는 이렇게 말한다. 인간의 직접적인 죄를 심판하고 메세지를 전하기 위한 신의 적극적인 개입이라고. 그러나 중반 이후, 반전과 함께 이야기는 궤를 달리 한다. 사실 천사의 고지는 그 사람의 죄 유무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는 것. 공포와 반면교사로 유지되던 질서는 무너졌다. 사람들은 이제 생각해야 한다. 그럼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가?

 

 

출처: 아마존

 

 

이 드라마 시리즈를 보고 나서 떠오르지 않을 수 없던 소설. 바로 나의 최애 작가 테드 창의 단편 <지옥은 신의 부재> (원제: Hell is the Absence of God)이다.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영화 <컨택트>의 원작 <네 인생의 이야기>가 수록된 단편집 <당신 인생의 이야기>에 담겨있다. 테드 창과 그의 소설에 관해 예찬하는 글을 꼭 쓸 것이기 때문에, 다른 소설 이야기는 각설하겠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라 생각하는 소설이 바로 <지옥은 신의 부재>. 

 

줄거리는 이렇다.

 

이 세상에서는 천사가 강림하고 지옥의 풍경이 불쑥 지상에 비춰진다. 천사는 무작위한 장소에 강림하며 그 여파로 누구는 기적을 체험하기도 하고 누구는 물리적인 피해를 입어 죽기도 한다. 그러나 생전에 신을 진정으로 사랑했다면 죽어서 천국에 갈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은 '거의 대부분' 지옥에 간다. 다리에 장애를 갖고 태어난 주인공 닐은 어느 날 천사의 강림으로 사랑하는 아내 사라를 잃었다. 아내를 만나기 위해 천국에 가야 하지만 이해할 수 없는 신을 사랑하지 못하고 괴로워하던 닐. 그런데 천사 강림때 나타나는 천국의 빛을 보면 반드시 천국에 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사 그 사람이 신을 사랑하지 않거나 잔혹한 흉악범이라도. 닐은 그 빛을 보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지옥>과 <지옥은 신의 부재> 두 작품은 동일한 근원적 질문을 대하는 인간의 모습과 태도를 다르게 조명하기에 상당히 달라보이기도 하지만, 그 질문은 같다. 불행은 왜 일어나는가.

 

 

이쯤되면 이러한 테마의 원형격인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가지 않을 수 없다. 바로 구약성경의 욥기. 그러니 테드 창이 인터뷰에서 해당 소설을 쓰게 된 계기가 '욥기'라고 밝힌 것도 이상하지 않다.

 

사탄과 하나님의 내기라는 다소 우화적인 이야기로 시작하는 욥기는 욥이라는 신앙심 깊은 부호가 자신은 이유를 알지 못하는 지독한 시련을 겪으며 그 답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다. 위로한답시고 찾아온 그의 친구들은 그에게 뭔가 잘못이 있으니 그런 벌을 받는 거라고, 오늘날까지도 우리 마음 속에 은연 중에 자리잡고 있는 인과응보의 논리로 다그친다. 결국 그는 자신의 믿음을 입증하고 하나님은 그에게 더 큰 복을 내려주며 이 이야기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출처: 위키아트

 

 

이해할 수 없는 불행과 고난이 선하고 악함을 가리지 않고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사실은 우리를 괴롭게 한다. 그리고 거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대응한다. 종교나 과학의 힘을 빌려 이유를 찾을 수도 있고 이유 없는 불행도 일어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사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어느 편이건, 너무 괴롭지 않았으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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