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at I talk about when I talk about stuff

Everyday/폰일기

이국적인

너굴아앙 2017. 9. 25. 07:19


남의 나라에 온 지 벌써 혹은 이제 겨우 어느 시간이 흘렀다. 처음 맞는 한 계절도 끝나가는 듯 싶었더니 섣부른 짐작을 비웃듯 다시 무덥다. 이국의 늦더위는 고국의 늦더위와 짝을 이뤄 한국과 그리 멀리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안 들게 한다. 이국의 여름은 고국의 겨울보다 더 친근하고 이국의 도시며 한적한 마을도, 사람까지도 고국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일은 감당할 수 있을만큼 고되고 일상은 얼굴 붉히지 않을만큼 익숙하다.


사람은 적응한다.


그래도 이따금씩 '이국적인'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별다른 생각없이 남의 말로 듣고 읽고 말하고 쓰다 느닷없이 그런 말을 듣고 읽고 말하고 쓰는 내 자신이 이국적으로 느껴질 때가. 자연스럽게 이국적이려 애쓰다 지칠 때가. 그럴 때 순전히 나를 위한 번역을 하기도 한다.

화자를 떠난 지 한참인 말을 입 안에 넣고 이런 말로, 저런 말로 굴려보다 적당한 한국어를 찾으면 안도하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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